당근 마켓 사기 사건 일지
불과 10시간이 조금 지난 이야기이다. 필자는 당근 마켓의 매너 온도 51도가 넘으며, 직거래를 위주로
거래를 해왔다. 부산에 갈 일이 있어 부산에 갔다가 당근마켓을 찍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명품가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가격이 너무 저렴했다.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올리자마자 채팅이 5개가
걸린 것을 보니 서둘러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후 대화를 시도했고 그쪽에서는 선입금을 한 사람에게 준다고
하여 부랴부랴 이체를 했다. 진짜 이때까지만해도 미쳤지, 뭣도 모르는데 이체를 한 나 자신도 한심했다.
이체 전 전화번호를 받았지만 사기꾼은 전화는 곤란하고 카톡만 된다고 하였다. 저장해 보니 웬 아기 사진이
떡하니 있었다. 그 후 이체를 35만 원 했고, 사기꾼은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횡설수설하더니, 이체내역을 보여달라 했다.
찍어서 보내줬더니, 갑자기 장문의 대화가 왔다. 본인이 회사명의 계좌로 입금해서 출금을 못하고 있으니 수수료 천 원
추가해서 35만 천 원을 다시 보내달라고. 입금하면 그 전의 35만 원은 자동으로 환불이 된다고 했다.
??? 이게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아, 저 소리 듣자마자 사기란 것을 깨닫고 당장 돈을 달라했으나, 사기꾼 놈이
줄리는 만무했다. 진짜 어찌나 황당하던지.. 사기꾼 놈도 열 받지만 속은 나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이체 직전 받은 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 그러나 카톡에는 떠있었다. 말을 걸었더니 몸 사진을 요구하며
믿져야 본전 아니겠냐는 개소리를 시전 했다. 이 일이 일어난 시간이 새벽이었고 2시에 부랴부랴 관할 경찰서로
차를 끌고 갔다.
당근 마켓 신고방법
살면서 사기를 처음 당해봐서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112로 전화를 하고 인터넷에 검색을
시작했다. 지식인 답변 중 당직을 슨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신분증을 챙겨 경찰서로 갔다.
아무래도 월요일까지 공휴일로 잡혀있어 급한 마음에 새벽에 가게 되었고, 안내를 받아 사이버수사대에서
진술서를 작성했다.
준비물로는 주민등록증과, 이체내역, 당근 마켓 대화내용, 상대방 당근마켓 아이디와 아래의 #이 붙은 번호,
판매자 게시물, 카카오톡을 주고받았으면 카톡대화 내용과, 전화번호는 받아놔서 최대한 끌어모아 제출했다.
원래는 직접 가져가야 하는데, 새벽인지라 사람이 저뿐이라 해주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들은 답변은 소요시간과 개인이 악의적으로 하는 게 아닌 단체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하셨다.
하.. 내 35만 원.. 피 같은 내 돈을 사기당한 것도 그렇지만 피해자의 가장 큰 고통은 자괴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기를 당하신 분들은 대화 내용과 판매자 게시물, 아이디 (#번호까지) 전부 다 캡처해 놓으셔야 합니다.
당근 마켓에도 사기 신고를 하였지만 주말이라 처리되는데 시간이 소요되었고, 채팅이 11명이나 걸린 걸로 봐선
이미 나 말고 많은 분들이 당한 것 같았다. 오전 11시경쯤 사기꾼 아이디가 정지를 당한 걸 확인했지만
이미 돈은 다 나간 뒤였다. 일단 당근 마켓에도 신고를 해놨으니 답변을 기다리려고 한다.
당근 마켓에서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면 상대방의 개인 정보를 모르는 경우, 당근마켓으로 관련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경찰서에 사기꾼의 개인정보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당근마켓 사기 조심하세요
이미 당하고 난 뒤 찾아보니, 전 날에 저랑 같은 사기꾼에게 당한 분의 게시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근 마켓 사기 유형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알려드릴게요.
-당근 마켓 채팅 말고 카카오톡 채팅으로 유도하는 경우
-네이버 페이를 운운하며 네이버 페이와 흡사한 페이지를 보내는 경우
-회사 통장 운운하며 수수료를 미끼로 다시 돈을 넣으라는 경우
-직거래는 피하고 무조건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경우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명품을 올려놓은 경우 (사진도 도용인 것 같습니다)
이 네 가지가 요새 당근 마켓에서 많이 당하는 사기수법인 것 같더라고요.
모두들 최대한 직거래를 하시길 바랍니다.
마무리하며
살면서 사기는 처음 당해봐서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사기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당하니 너무 기가 막히면서 안일하고 무지했던 제 자신에게 굉장히 실망하고 괴롭더라고요.
왜 항상 범죄에서는 피해자가 자책을 받아야 하는지 괴로운 날입니다. 다들 무조건 직거래로 거래하시길
바라며, 모두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경과가 나오면 다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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